몽골에서 둘째날.. 여기가 어딘가 아.. 몽골. 정신이 없다. 피곤한데 자고 싶은데 교수님께서 날 데리러 오셨다.
이유는 교회! 여긴 총장님께서도 교수님도 교회장로시기 때문에 당연히 모두 교회를 간다. 하지만, 난.. 아니다. ㅡㅡ; but,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이건 관계없나?
그냥 혼자 있어봐야 할일도 없고, 무엇보다 일요일은 식당이 안한다. 그리고, 난 달러만 가지고 있다. 달러론 밥 먹을 수 없다. 난 종교적 차별주의자도 아니고 무신론자도 아니고, 어떤 종교에 몸을 의탁하고 있지도 않다. 아직은 다만 종교란 힘보다 나 스스로의 힘을 믿고 싶다고 할까나?
물론 종교는 가질거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믿음이란게 없으면 이런 세상에서 살기 힘드니까. 지금은 탐색중..
그러니 난 가보기로 했다. 뭐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 아 다만 이런 분위기가 적응이 안될뿐.
울란바타르 한인교회! 아, 할일 없다. 사모님 옆에 붙어 앉아 사모님이 유아부 교사 분들과 회의하는 거 구경중!! 그리고 예배시간, 그리고 밥.
목사님 도와드리고, 다시 몽골 종아(?) 1교회였는데.. 이 교회는 작은 데라서..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 안에 있었다. 우와 이게 게르구나. 처음 봤다. 징기스칸 나오는 영화에선 많이 봤는데
왓! 넓다. 그리고 엄청 따뜻하다. 우와.. 완전 대단하다.
앗! 이건 뭐냐! 거기서 반주하는 여자가 흥길이랑 똑같이 생겼다. 아 깜딱이야! 뭐냐 흥길 왜 거기 있는거냐! 아 캠코더로 찍어야 하는데 분위기가 ㅡㅡ;
그리고 단체 사진 촬영! 말만 다르지 한국 사람이랑 똑같은거 같다. 하는 행동도 ㅡㅡ;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교수님 댁으로.. 밥 먹고 다시 학교로... 정말 미칠듯이 피곤하다. 끙끙 앓으면서 잠이 들었다.
2005년 10월 ... 태어나 단 한번도 대한민국을 벗어나보지 못했던 내가.. 처음.. 외국에 발을 딛었던 때 였다.
처음 나가는 해외... 자잘한 몇가지 준비를 내가 해보면서... 여러가지도 알게 되었고.. 가서도... 돈 관리를 내가 하면서.. 소요되는 경비 등 여러가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주성치가 있는 곳... 주성치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곳... 홍콩... 가는 내내 설레였고... 가서도 너무 기뻤다.
6일이란 시간동안.. 무엇보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라면..
바로 일행으로부터.. 반나절 가량 버림받았던 것.. ㄷㄷ
사실... 처음엔 당황스럽고 어이없고.. 화도 났지만... 지나고 난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더 즐겁고 기뻤다고 할까?
다른 일행을 찾아오라고 해서 갔다가.. 날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버린 뱅큇 버스 덕분에.. 그날 난... 하루 종일 홍콩 구룡반도를 돌아볼 수 있었으니까.
불행히도 나에겐 지갑도 카메라도... 호텔 키도 없었고... 영어도 못하지만.. 침착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방도가 생기는 법..
이제까지의 기억을 더듬어서... 호텔에 찾아가고... ( 호텔방 예약이 룸메이트 이름으로 되어 있어.. 들어가진 못했지만 ) 잃어버렸던 일행이 방에 와 있는 걸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서... 호텔 비치용 안내지도 하나 들고... 저녁 늦게까지 구룡반도를 돌아다녔다.
작은 공원에서 장기같은 걸 두는 할아버지 뒤에서 구경도 하고 ㅡㅡ; 노점상에서 파는 애니메이션 잡지도 사보고... 항상 좋아하는 서점에도 가봤다. 무엇보다.. 홍콩을 가본 사람들이 항상 추천하는 레이디스 마켓... 그리고 그 옆에 전자상가... 원없이 실컷.. 둘러볼 수 있었다. 교수님의 빠른 걸음에 맞출 필요도 없었고... 다른 사람 신경쓸 필요도 없었다.
항상 내가 좋아하는대로.. 밍기적 밍기적.. 하나 둘 구경하고 다닐 수 있었다. 이것저것 작은 선물들도 구입하고... 말도 안통하는데 물건값 흥정도 해보고 .. .
간단히 음식도 사먹어보고.. 돈이 어딧었냐고? 지갑은 일행이 가져가버렸지만.. 전체 돈 관리를 하던 내가... 비상시에 쓰려고 꿈쳐뒀던 돈이 있었던 것!! ㅋ 그거 쓰고.. 지갑찾으면 다시 채워넣으면 되지.. ㅋ
그렇게 그렇게.. 하루 종일 온 천지를 돌아다닌거 같다. 원래 걷는 건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곳 저곳... 다행히 홍콩은 그 규모가 너무 작아서.. 오히려 걷는게 더 여행하기도 좋았다.
물론 이렇게 돌아보고 한마디 말도 없이 버림받은 것에 삐쳐서... 남은 몇일간 계속 뾰로퉁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실.. 즐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P.S : 안개도 많이 끼고, 습했던 홍콩 날씨는 별로 였지만.. 휘황찬란한 밤거리의 네온 사인은 끝내줬다. 역시.. 왜 야경이 아름답다고 했는지.. 이제 알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