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 위치한 Huree University에 도착한지 3일만에.. 드디어..

'월담'을 했다.
좀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서라도 '월담'하게 되어 다행이다. ㅡㅡ;

난 그냥 밥 먹으러 나갔을 뿐이다.
학교에서 미리 이야기 해 놓은 식당, 그곳 아주머니랑 즐겁게 현빈이 잘 생겼고, 성유리 이쁘다는 이야길 나누면서..
보따따호르??? 던가 하는 양고기가 들어간 볶음밥을 먹었다.

그리고 한국 생활 9년의 베테랑 아줌마랑 쇼부쳐서..
내일은 김치찌게 만들어준다는 확답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난.. 숙소로 돌아오고 있었다.

가져간 캠코더로 두리번 거리며... 백화점 쪽으로 걸어볼까 하다가... 어느새 콧물이 얼고, 머리카락에 맺히는 땀이 어는걸 느끼면서, 들어가서 쉬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Huree University 교문,
" 야! 학교 이름 있는거 저거 찍어둬야지!! "

하며 셔터를 누르고, 교문을 힘껏 열어져쳤...
어라..
열려야 되는데.. 잇차.. 응??
양손으로 힘껏.. 얼라 ㅡㅡ;;

달랑 거리는 자물쇠.. ㅡㅡ;;

경비 아저씨 왜 저러시나.. 내가 아까 밥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아, 한국말로 이야기 드렸구나.. 아저씬 한국말 모르지..

그제서야 난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 그래! 전세계 어디든 개구멍은 존재한다. 하물며 한국인과 가장 유사한 인종이라는 몽골인.. 분명 개구멍은 있다. "
고 확신하며 난 학교담장을 따라 학교를 한 바퀴 돌았다. 추워 미칠거 같았다. 뼈속이 얼어붙는다.

제길 따뜻하게 입고 나올껄..
없다.. 개구멍 없다. 욜라 바른 생활하는 나라인가보다.

울타리로 쳐져 있는 철창을 보았다.
내 키보다 크다. 딱 올라가기 힘들만큼.. 만들어놨다.

그리고 이 울타리가 무슨 창으로 만들었나? 뭐 끝에 저리 뾰족한걸 박아놨는가.
그래도 방법은 없다. 넘어보자.

어릴적부터 별로 잘하는건 없었는데 딱하나 담 넘는건 잘하는 편이었다. 점프해서 손만 다으면 넘을 자신이 있었다.

발끝을 드니 간신히 손이 닿았다. 훌쩍... 하고 넘어야 되는데 ㅡㅡ;;
어릴땐 참 몸이 가벼웠나보다.

월담 안한지 십수년.. 내 몸은 불어 있었던가..
but, 그럴리 없다.
매일 1km 넘는 거리를 수영하는데 팔힘이 없을리 없다.

몇일 안해서 불었지만.. 그래도..
앗.. 버서커 모드.. 각성..

읏차... 자 올라 왔는데 이제 다리를 웃!

앗.. 차.. 넘 추워서 내복 입고 두터운 바지, 거기다 코트 걸쳤더니 다리가 안올라간다. ㅠ.ㅠ

딱 창살에 걸린다.
울면서 내려왔다. 미끄러워서 자빠질뻔했다. ㅠ.ㅠ

길가던 사람이 쳐다본다. 아.. 어서 도둑놈 모자라도 써야지..

그렇게 절망에 허우적 거리며 밍기적 밍기적 돌아다니던 중..
으앗!! 저건 위에 창살이 부러진 철창..

아.. 저거다. 저거면 다리 올라간다.
온 힘을 다해.. 훌쩍! 샥! 크큭! 휘익! 샥! 착!
착지 성공!!! 드디어 월담에 성공했다.

역시 어릴적 어른들 말씀 틀린거 없다.
어딜가든 응가를 누면 적응한거고, 어릴적 배운 모든 기술은 살면서 쓸때가 있다는 말씀..

어릴적 우리 촌동네.. 애들이랑 담 넘던게 이런때 유용하게 쓰이다니, 하기야.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웃 하면서 캠프 갔을때 뚜껑없는 냄비로 밥하는 기술도 다 커서 유용하게 써 먹은 적이 있으니..

거기다 평소 단련한 수영의 효과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난 그다지 특이하지도 않고, 별나지도 않다.
그냥 평범하다. 너무 평범해서 지루할 정도로 보통이다.
가장 특이한건.. 키가 작은거?

난 평범한 내가 좋다.
but, 왜 외국만 나오면 이런다냐..
홍콩에선 반나절 가량 지도 하나랑 달랑 돈 몇푼 들고 홍콩 온 동네를 누빌 기회가 생기지 않나..
몽골에선 월담을 하지 않나..

꼭 이런다니까...

몽골 온지 3일만에 월담을 했으니, 이제 앞으로 주구장창 남은 날동안은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렵다.. 이런 내가.. ㅡㅡ;;


written by chamc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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