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는 말을 알게 해준 아이가 태어난지 10년이 흘렀다.
아픈 곳 없이 잘 자라주고 있는 것만 같아 늘 고마웠다.
하지만 태어난지 5살이 되던 무렵.. 어린이집의 또래 아이 엄마는 아이가 사시가 아닌지 물었다.
사실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간혹 멍하게 있다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이야기를 할때면 눈을 바로 맞추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에...
내가 알고 있던 사시랑 달랐기에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됨과 동시에 기분이 나빠졌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의 눈을 유심히 봤지만, 크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라보고자 하는 곳을 초점을 맞춰 제대로 응시하고 있었고, 평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피곤하거나 많이 아프거나 잠이 올때 멍하니 어디를 응시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무슨 생각하니? 어딜 보니? 등을 물어보는 일이 잦았다.
아이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모르겠고 멍하니 앉아있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아과 검진때 선생님께 물었다.
간헐성 외사시 같은데 심각하지 않은거 같다고 하셨다.. 그 정도는 누구나 있다고...
안심하고 지내던 어느날 아이가 다래끼가 생겨서 안과를 찾았다.
안과 선생님께서 간헐성 외사시가 심한 거 같으니 큰 병원에 가서 검사받길 권하셨다..
크게 놀라 소아 안과로 유명한 몇몇 병원을 알아보고 검진을 받았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X안과, 분당의 분당XX대학교병원 등 여러 곳에서 검진을 받았다.
공통된 소견은 아이가 간헐성 외사시며, 양쪽눈이 교차하여 발생하고 있고, 사시각이 크다는 것...
진료 결과의 충격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여자 아이에게 눈의 얼마나 중요한지,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얼마나 놀림을 당할지...
그런 걱정부터 들었다.
그런데 너무 신기한 건... 그 어떤 의사도 수술에 대해서 명확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X안과의 경우 수술이 필요할거 같다고 이야기 주셨지만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어떤 치료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주시진 않았다. 아마 많은 진료환자에 바빴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조금 더 유명하고 큰 병원을 찾아봤고 소아 사시 수술로 유명한 의사 선생님께서 계시다는 분당의 모대학병원으로 갔다.
다양한 검사시설을 통해서 많은 검사를 거쳤다. 거의 반나절 정도 대기하며 눈에 대한 모든 검사를 받은거 같다.
그렇게 반나절을 기다려서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아직도 그 나이든 여자 선생님에게 진료받았던 경험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한다.
"외사시네.."
"그런데 평소엔 괜찮다가 가끔 초점이 달라지는 거 같은데 수술이 필요 할까요?"
"잠시만요"
갑자기 앞서 진료봤던 환자가 진료실로 와서 수술 외에 방법이 없는지 물어봤었고 그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셨다.
약 10분간 진료실에서 아이와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야기했다.
"그건 부모님이 정하실 문제죠."
"일단 가림치료 한달해보고 다시 보시죠"
순간 당황했다.
처음 병원와서 검사만 반나절 받았었고, 아무 설명없이 눈가림 치료만 한달을 했었다.
그때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한달 뒤 찾은 병원에서 또다시 검사만 반나절을 받았고, 제대된 설명은 없었고 저렇게 진료는 끝이 났다.
놀랐고, 무서웠고, 걱정됐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진료실을 나서다 다시 들어가서 물었다.
"수술이 꼭 필요한 상태라는 말씀이시죠?"
"부모님께서 애 상태보시고 결정하시면 된다니까요. 소견서 써줄테니 다른데 가서도 알아보시고 결정하세요"
당황하며 병원을 나섰다.
지난 한달간 받은 검사 및 가림 치료는 무엇이었을까? 이 진료의 결과는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진료전 해당 병원 의사 선생님이 불친절하다는 후기들을 많이봤으나 기본적인 검사결과 설명도 안해줄지 몰랐다.
(사시 수술을 초기에 진행한 유명한 할머니 선생이나 과교정이 많고 수술 후 제대로된 수술 경과를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부모들이 고생을 많이한다는 후기가 많았다.)
이렇게 수술을 고민했던 분당의 XX대학교병원 안과 의사 선생님은 우리 부부와 이 선생님은 궁합이 맞지 않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이런 분께 수술 받은 뒤에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잘 교정이 됐는지 소견이 어떤지 물어보지도 못한다면 안될거 같아서 더 이상 여기서의 진료는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사람이 진짜 전문가가 맞을까?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는데 이 사람과 몇년의 경과를 함께 지켜볼 수 있을까?
아이를 환자가 아니라 돈으로 보는거 같다.
특히나 불필요한 검사가 너무 많았고 방문힐때마다 너무 자주했다.
(타 병원대비 훨씬 심했다. 심지어 그렇게 많은 검사를 하고도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도 해주지 않고 물어보면 기분 나빠하셔서 더 이상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우리 부부에게 적합하고 아이도 고생을 덜하고 수술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사실 살면서 여러번 병원을 가게되고 수술을 받게 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해당 병원의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질 정도로 최악의 경험이라 다시는 이런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로 분당의 이 병원은 다시는 가지 않는다. 무조건 혜화에 있는 서울대학교 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만 간다.)
내 수술도 아니고 아이의 수술이고 외관상 표시가 나는 수술인데 이렇게 대응하는 곳에서는 수술을 해도 마음 고생이 클거 같아서 다른 병원을 가기로 결심했다.
여러 병원을 관련 카페 등의 후기를 보면서 찾아봤다.
그렇게 찾은 곳이 혜화에 있는 서울대학교 본원의 소아안과 정재호 교수님이셨다.
수술을 받은 엄마들의 평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엄청난 대기열... 1년의 안식년까지 있어 거의 2년을 기다렸고, 진료 시점에 코로나가 터져... 예약을 취소했다가 다시하는 바람에 다시 1년을 날렸다. 7살 겨울에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진료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원래 간헐성 외사시 각이 컸고 심했는데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서 각이 더 커졌고, 좌우뿐 아니라 위아래도 사시 각이 생겼다고 말씀주셨다.
왜 빨리 오지 않았는지, 왜 빨리 수술받지 않았는지 나무라셨다.
"이렇게 사시가 심하면 처음 갔던 병원에서 바로 수술하자고 하셨을텐데? 왜 안했나요?"
"부모가 결정하라고 해서요"
"이 아이 사시는 각이 커서 부모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에요. 무조건 하루라도 빨리했어야 할 아이에요."
"죄송합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아서 심각한지 몰랐어요."
그 간의 진료 사정과 상황을 설명드렸다. 하소연에 가까웠는데 잘 들어주시고 조곤조곤 설명해주셨다.
"현재 아이의 상태는 수술 외에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라 수술하여야 합니다. 조금 더 빨리 만났다면 수술이 간단했을텐데..."
"... 많이 심각한가요? 왜 이렇게 병이 생기나요"
"명확한 원인의 알 수 없으나 유전/환경적인 부분이 영향을 줍니다. 현재 왼쪽/오른쪽 눈 모두 수술이 필요하며 위아래 근육까지 건드려야 해서 큰 수술이 될거 같습니다. 소아 외사시 수술로는 일년에 두어건 밖에 되지 않는 큰 수술입니다. 재수술까지도 각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술 하면 괜찮아질까요? "
"장담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수술하겠으니 함께 힘내서 잘 해보시죠.. 그리고 아이가 걱정하지 않도록, 무서워하지 않도록 아이 앞에서 걱정하는 이야기나 큰 수술이라는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이야기를 아이의 귀를 막게 하고 했었다.
그리고 아이가 다른 곳을 본다고 어디보냐며 혼내지 못하게 하셨다. 아이가 이 병으로 위축될까 걱정하셨다.
지금까지 검사만 했지 이렇게 상세히 이야기주시고, 수술 필요 여부를 명확히 이야기해주시는 분은 처음이었다.
그 날 그 자리에서 바로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눈에 대한 좀 더 상세한 검사는 수술 날짜에 맞춰서 별도 방문해서 진행했다.
수술은 당일 수술로 약 1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하고 들어갔으나, 약 1시간 정도만에 끝이났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당시엔 부모 1인만이 수술 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어 애 엄마가 들어갔었고 많은 걱정을 하며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수술이 드디어 끝이 났다.
"수술은 잘 마쳤고, 최선을 다했으니 경과를 지켜보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양눈에 붕대를 하고 1주일 가량을 있었던거 같다.
눈에 핏기가 가시지 않아 약 한달간 눈패치와 안 보호대로 지속 관리를 했다.
안연고와 항셍제 등을 약을 넣어주고 눈가림 보호대를 계속하고 있었던 거 같다.
아이가 눈을 가리고 있는 동안 너무 아프고 힘들어해서 오디오북을 자주 들려줬던거 같다.
초1에게는 다소 어려웠지만 재밌는 내용이었던 해리포터 오디오북을 들려줬다.
1, 2부를 거의 다 들을 무렵 두 눈이 수술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수술후 거의 1주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했고, 경과에 따라 2주, 4주, 8주... 간격을 늘리며 진료를 봤던 것 같다.
그렇게 아이의 눈이 수술 후 일정부분 회복된 시점에 교정이 잘됐는지 검사를 했다.
운 좋게도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교정은 상당히 잘된 편이었다.
" 제가 했지만, 수술이 너무 잘 됐네요..^^ 이쁜 눈이 더 이뻐졌네..."
" 감사합니다. ㅠ.ㅠ "
"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시력이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아이 스스로 눈 근육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가림 치료를 시작할겁니다. 빠뜨리지 않고 하고, 스마트 폰이나 달리는 차 안에서 TV시청 등은 삼가해주세요."
가림 치료는 100일간 진행되었다.
100일 뒤...
"우리 XX이는 100일 중에 몇 프로나 가림 치료를 했어?"
"죄송합니다. 99%밖에 못했어요. 아이랑 여행 가는 날 눈 패치를 못 챙겨서 하루 빠뜨렸네요."
"네? 대단하시네요. 이 정도로 완벽하게 가림 치료를 지키는 경우는 드뭅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서... 사실 저희는 챙겨준게 없습니다. 빠뜨린 날도 저희가 패치 챙기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이 정도면 잘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 눈 상태는 좋습니다. 이제 패치를 제거하고 생활하며 경과를 볼겁니다. 시력이 떨어지지 않게 잘 관리해주세요. 이게 중요합니다."
그 이후 검사에서 계속 양호한 것으로 확인이 되었고,
2.5년이 지난 어제서야... 아이는 소아안과를 졸업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께서 축하해주셨는데, 눈물이 나려는데 참느라 혼났다.
아이는 교수님을 너무 좋아해서 선생님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속상해서 울었다... 거참..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이 이런때 쓰는 건가 보다..
아이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는데 너무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감동했고,
아이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수술 후 결과까지 너무 좋아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수술 받기 전 불안한 마음에 관련 후기들을 아내와 함께 정말 많이 찾아보면서 걱정도 하고 용기도 얻었던 거 같다.
우리 아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가족들 모두가 이 글을 보고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
당시 후기들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 "이제 졸업하셔도 되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막연히 걱정했었는데...
노력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열심히 아이와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당연히 운이 좋아 뛰어난 교수님을 만났고, 정말 운이 좋아서 수술 결과도 좋았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행운으로 수술 경과까지 좋았다.
물론 지금 좋다고 영원히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커서도 열심히 관리한다면 재발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혹시 우리 아이처럼 외사시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면, 하루 빨리 잘 맞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수술을 받는 걸 권한다.
괜한 망설임이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되는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분명 회복될 수 있으니 다들 너무 걱정말고 의사의 지시대로 최선을 다해 케어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다시 한번 아이를 소중히 대해주시고, 최선을 다해 치료해주신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
의료 파업으로 교수님께서 많이 힘들어하셨던 거 같다.
어서 이 사태가 진정되어 교수님께서도 좀 더 덜 힘들게 진료하실 수 있으시면 좋겠다.
교수님 및 의사 선생님들/간호사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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