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다지 친구가 많이 없습니다.
아니.. 연락을 하고 지내는 친구가 많이 없다고 보는게 맞는 듯 합니다.
( 인간관계가 왜이래? ㅡ.ㅡ )

진학하는 학교마다... 여기저기 옮겨다닌 탓에... 진득히 오랫동안 만나게 되는 친구가 적어지더라구요.
정말 친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잊혀지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죠...
특히나 저 같은 경우 연락도 잘 하지 않아서 더욱...

이런 저에게도.. 오랜시간동안 친구란 이름으로 남아준 녀석들이 있습니다.
무려 2명이나...

둘 중 한 녀석은 지난 5월에 결혼하고 올 3월에 나올 애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녀석.. 그 녀석이.. 오늘.. 결혼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 결혼식도 아닌 이 녀석의 결혼식이라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 평소와는 다르게 안입던 정장에 코트에 ... 깔끔하게 차려입고 ...
서둘러 예식장에 갔습니다.

예식은 마산 리베라 호텔에서 이뤄졌는데.. 이 앞이 해안도로라서... 가슴이 뻥하고 뚫릴정도로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기분 좋게 식장을 찾아갔습니다.

식장에서 10여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들 몇명을 만났습니다. 반갑기도 했고... 변해버린 모습에...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식장 한켠에... 친구녀석이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 결혼식엔.. 항상.. 별다른 감흥없이... 그냥 인사로 모든걸 끝냈는데...
이 녀석 결혼엔 왜.. 제가 다 떨리는지.. ㅡ.ㅡ;;;

아버지 친구분들과 인사중이길래 한발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다가 ...
절 봤습니다.

보자 마자 하는 이 녀석의 정겨운 한마디...
" 아저씨.. 미칫네... 미쳤어.. 니가 왠 일로 지각도 안하고 ... 우와..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 " ㅡ.ㅡ;;;

몇 마디 농담을 하고..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곤..
" 그래.. 처음이라고 실수하지말고, 신혼여행가서 잘 놀다온나.. " ㅡ.ㅡ;;;
( 별 달리 해줄 말이 기억 안났어요.. ㅠ.ㅠ )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친구들이 웨딩카 세팅하길래.. 도와주러 내려갔습니다.
오래간만에 보니.. 상당히.. 뻘쭘하더군요.. 대충 다 되어 가길래 따로 도와줄 것도 없고..
그 동안 수영으로 단련해 온 폐활량을 이용해서...
풍선을 불어줬습니다. ㅡ.ㅡv

이제 예식이 시작하네요..
저 커다란 녀석이... 어색한 폼으로 신랑입장을 합니다.
드디어 이 놈도 가는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신부입장.. 신랑에 어울리지 않게 신부가 이쁘네요..

다른 친구녀석이 사회를 어색하게 보기 시작합니다. 왠지 웃음이 나는데.. 억지로 참느라...
한쪽 입고리만 올라가는 썩소를 짓게 되네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이 녀석과 함께 보냈던 시간 하나하나가 떠오릅니다.
참 많은 일을 함께 했던 친구여서.. 많은 일이 떠오르더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이 녀석이 군 입대하고.. ( 저보다 정확히 8개월 먼저 입대 했습니다. )...
처음 온 군사 우편에 답장을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여자친구가 보낸 편지가 좋을 거 같아서.. 여자가 쓴 편지처럼.. 써 줬습니다. ㅡ.ㅡ;;;
서류봉투만한 크기의 곰돌이 모양 편지 봉투에.. A4지 만한 편지지로 편지를 적어줬던 기억이 납니다.
녀석이.. 여자 편진 줄 알고 좋아서 뜯었다가.. 대 실망하고 편지로 저에게 구박했던 기억이.. ㅡ.ㅡㅋ

물론 이 녀석도 특이한 편지를 군대에서 보내줬습니다. 이 녀석 기초군사 훈련이 끝나갈 무렵..
저도 입대 신청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편지로.. 이 녀석이.. 총검술 연무형 16개동작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서 꼭 연습하고 입대하라고 ㅡ.ㅡㅋ

어쨌든.. 그렇게 예식은 순식간에 끝나버렸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하는 녀석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싱숭생숭하네요...

이걸로 제가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 2명.. 모두가 유부남이 되었네요.
마음이 짠해서 피로연은 제끼고... 동생을 만나서 같이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느덧.. 친구들도 어느정도 결혼을 했고...
저도 이제 슬슬 결혼이란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이 된거 같더군요..

물론, 아버지께서 넌 결혼 안하냐고 구박하신지는 꽤 됐고.. ( 요즘은 지치셨는지 포기상태이신거 같습니다. ) 만나는 친척들마다... 여자친구는 있느냐? 결혼은 안할거냐? 등의 이야기를 묻곤 합니다.
성격 급한 친척들은 선보러 가자고 합니다.

약간 서글프기도 하고 센치해지기도 하고...
어느새..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군요...
제 마음은.. 아직도.. 20살인데... 세상에 비춰지는 제 모습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서른... 그 시작은.. 친구녀석의 결혼으로 시작했네요..
어떤 한해가 될지... 살짝 기대되네요...

아무쪼록.. 친구녀석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합니다.


P.S : 소소한 지름...

돌아오는 길에.. 졸다가 버스에서 급하게 내렸는데..
눈앞에 노점상이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열심히 살려고 마음 먹은 듯한 건실한 청년이..
악세사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 치려는 찰라... 제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토토로 핸드폰 줄... 전혀 조잡하지도 않고..
품질도 훌륭하길래.. 질렀습니다.
동생꺼랑 2개 질렀습니다.

완전 귀엽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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