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취미를 묻는다면...

만화, 건프라, 성치형님 영화감상 등등의 오덕스러운 취미를 하루 종일 떠들수도 있고..
때로는 야구와 수영이라는 나와 전혀 매치되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진짜 단순한 취미... 를 꼽는다면...
그건 장보기가 아닐까???

별 볼일도 없으면서 마트에 가서 몇시간씩 구경하고 이것저것 먹을걸 담아오는 일도 있고..
뭔가 만들어보기 위해서 몇가지 적어가서 장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내가 가장 즐거울때는 ...
어마 마마와 함께 장을 보는 게 아닐까 싶다.

내 고향은 도시랑은 조금 거리가 있어서... 아직도.. 재래시장이 선다..
우리동네는 5일 장으로 4일, 9일이 장날이다.

항상 이 때 집에 내려가면 장을 보러간다... 물론 시골에 가까운 우리동네지만...
꽤 큼직큼직한 마트들이 몇개 들어서서... 시장은 거의 초토화됐다.

허나... 아직도 장날만은 사람이 붐빈다..
어머니와 장을 보러가면 내 역할은 주로 물건 들어주기..

항상 첫번째 하는 일은 시장에 가자마자.. 식당을 하시는 외할머니 찾아뵙기..
시장구석에 작은 식당을 하시는데.. 항상 고생하시는 게.... 맘이 좀 그렇다...
뭐 그래도.. 할머니 식당에서 먹는 밥맛은 최고... 아마... 세상에서 젤 맛있지 싶다..
요즘 할머니께서 나이가 드시면서... 가끔 음식이 짠 경우가 더러 있긴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지구상에서 5위안에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맛있다... ㅠ.ㅠ

할머니 식당을 나서면 이제 본격적인 장보기가 시작된다.

재래시장의 최고 장점은... 마트보다 신선한 음식.. 군것질 거리가 즐비하다는 거다..
그닥 난 군것질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시장에 들르면 거의 매번 사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수제 오뎅~~ 그자리에 반죽해서 오뎅을 만들고 있다.

막 만든 연기가 모락모락나는 따뜻한 길쭉한 오뎅... 약간 매콤한데...
이게 또 별미다... 약간 중독이다..

이걸 입에 물고 뒤를 돌아보면... 손두부 가게가 있다. 역시 손두부에 김치가... 또 사람 쓰러지게 한다... 그리고 그 골목을 올라오면.. 바닥에 물기가 헝건해지면서 ...

갖가지 수산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고등어, 꽁치, 가오리, 돔, 갈치, 삼치, 오징어 등등 갖가지 생선이 늘어져 있다. 생선을 사고... 옆을 보면...

과일 장수 아저씨가 있다.. 마트와는 다른 이 곳의 좋은 점이라면..
아저씨가 항상 먹어보라고 과일을 몇개 준다는 것!!
이 집 과일이 또 상당히 괜찮다... 개인적으로 이 집 귤이랑 오렌지, 딸기가 최상인 것 같다.

그 곳을 지나 올라와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면 갖가지 튀김과 전을 파는 곳이 나오고 그 옆에서 뻥튀기 아저씨가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뻥튀기를 만들어 팔고 있다.
그 옆엔 진짜 순대라고 외치는 아주머니가 있고.. 그 옆에 갖가지 조개류들이 팔리고 있다.

그 옆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면... 우리가 항상 들르는 쌀과 곡물을 파는 방앗간 아주머니가 계신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엔... 새댁들 산후 조리하라고... 딥다시 큰 잉어를 팔고 있다.

그렇게 그곳을 지나...
올라가면 인근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들이... 캐온 산나물 혹은 봄나물을 팔고 있다.
그리고 밑반찬을 파는 가게를 지나.. 건어물 가게로 들어서면..
건어물 가게 한 켠에... 팥죽이랑 메밀묵을 파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팥죽을 좋아해서... 항상 여기서 죽과 메밀묵을 산다...
뭐 메밀묵은 맛이 좀 짱이긴 하다.. ㅡ.ㅡ;

그렇게 복잡한 시장을 벗어나면 ... 내 손엔 무거운 짐이 가득 남는다.
어머니랑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면서... 재잘재잘... 그간 밀린 수다를 떤다...
가끔 동생도 참여한다...

집에 돌아오면... 짐이 무거워서 힘이 든건지... 재잘거린다고.. 힘이 빠져버린건지..
모를 정도로 지쳐버린다...

그렇게... 장을 본다...
거의 매번 지루할 정도로... 같은 패턴이지만...
갈때마다 재밌고... 즐겁다...

내가 시장가는 걸 좋아하게 된건 아주 어릴적부터였는데...
그당시... 항상 바빴던 아버지는 사실 얼굴보기가 힘들정도 였다.

그런 아버지가.. 가끔 일찍 돌아오면...
뭔가 특별한 맛있는 걸 사기 위해서... 뒷짐을 지고... 시장을 가신다...
그럼 나도.. 아빠 뒤를 쫄래 쫄래 따라갔다... 물론 뒷짐을 지고.. ㅡ.ㅡ;;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장을 보는 걸 즐기기 시작한건....

사실... 장을 보는 것보다... 어머니, 아버지랑 함께 하는게 즐거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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